이어령 교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시대의 지성이었던 선생님을 애도하며 그분의 인생에 존경을 표합니다.
“지성의 종착역은 영성이다. 생의 진리에 대해선 내 힘으로 이룬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는다”
그 분의 많은 글 중에 가장 오래도록 제 안에 있는 글입니다.
그분의 글과 대담에서 삶의 깊이와 지혜를 얻게 된 한 사람으로 그분의 기도문 하나를 실어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그분에 대한 존경의 마음입니다.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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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 령 -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 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를
때
하나님도 손뼉을 치셨습니까.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으라 하시니
거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을
흘리고 있나이다.
모래알만 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만 한 빛
한 점이면
족합니다.
좀더 가까이 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발끝을 가린
성스러운 옷자락을
때묻은 손으로 조금
만져 봐도
되겠습니까.
아 그리고 그것으로
저 무지한
사람들의
가슴속을 풍금처럼 울리게
하는
아름다운 시 한
줄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하나님
그분의 삶에 꽃 한 송이 드립니다.
값지게 사셔서 감사하고 그 모습 마지막까지 지니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김의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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