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수양회에서 나눈 이야기입니다. 남성 수양회 가운데 문장배 집사가 "내가 좋아하는 말씀(내 인생의 성경말씀)"이라는 주제로 나눔을 해주셨습니다. 좋은 시간이고 말씀이어서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에티오피아 가정교회 문장배 집사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씀이자
특히 요즘 들어 마음속으로 많이 되뇌이며 힘을 얻고 있는 말씀은 마가복음 4장 30절에서 32절까지의 말씀입니다.
30절. 또 이르시되 우리가 하나님의 나라를 어떻게 비교하며 또 무슨
비유로 나타낼까
31절. 겨자씨 한 알과 같으니 땅에 심길 때에는 땅 위의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32절. 심긴 후에는 자라서 모든 풀보다 커지며 큰 가지를 내나니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되느니라. 아멘.
이 말씀은 담임목사님께서
약 4년 전, 우리 교회의 열아홉번째 생일이었던 주일에 ‘겨자씨의 꿈’이라는 제목으로도 설교를 해주셨던 말씀인데요, 그 때 마음 깊이 받았던 말씀의 은혜가 요즘의 삶에도 큰 힘이 되고 있어서 요즘 제 삶과 신앙의 고민들을 이
말씀을 토대로 짧게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제 소개를
간략히 드리면, 저는 40대 가장이자 5살된 아들의 아빠, 그리고 전남대학교병원에서 전공의로 수련을 받고
있는 직장인 입니다. 일터, 가정, 사회에서 많은 역할을 요구하는 나이, 가장 활발하게 일할 나이, 자라나는 자녀를 키우고, 노년기에 접어드는 부모님을 모셔야 할 나이, 어떻게 보면 저의 세대가 일생 중 가장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세대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일터, 가정, 사회에서
겪게 되는 모든 일들이 저에겐 처음인지라 아, 나는 겨자씨처럼 작고 미미한 존재이구나 라는 것을 많이
느끼는 요즘입니다.
저는 병원에서
환자 진료, 입원환자 관리, 영상 판독 등의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저도 병원에서 선배
의사 선생님들, 교수님들을 상사로 모시고 과도한 업무에 치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업무의 형태는 모두 다르겠지만 직장인이라면 그 스트레스는 모두 동일 하리라 생각됩니다.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업무, 일을 잘하면 나에게 일을 더 시키는
선배, 사람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과 갈등, 등.. 특히 요즘같이 주위에 기독교인을 찾기 힘든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직장 생활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한 곳만 하더라도 50여명의 직원 중 기독교인은 저를 포함하여
2명 밖에 없으니까요.. 누가복음 6장 29절 말씀에 순종하여 이 뺨을 치는 자에게 저 뺨도 내주며, 겉옷 속옷을 모두 내어주고, 선한 마음을 품고 직장생활을 하려 노력하지만, 때론 내 뺨은 도대체 언제까지 내어줘야 하나, 내 뺨을 내어주며
받은 그 스트레스는 어디서 풀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주일 예배의 말미에 목사님께서 항상 해주시는
말씀, ‘우리가 함께 드리는 예배는 마쳤지만 진정한 예배는 이제 시작입니다. 여러분의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자녀답게, 복되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라는 권면의 말씀처럼, 예배 후엔 은혜 충만하여 이번 주엔 내가
기필코 예배의 삶, 삶의 예배를 드리겠다 다짐해 보지만 월요일이 되면 그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또다시
느낍니다. 특히 나의 마음을 어렵게 하는 직장 상사의 얼굴을 볼 때면 말이지요..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직장에서 나의 존재가 겨자씨처럼 작고 미미하게 느껴지는 일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하루를 또 시작해 봅니다. 남들보다 1시간
정도 더 일찍 출근하여 주변 정리도 해보고, 아침에 직원분들이 출근하면 바로 고소한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실 수 있게 커피 머신도 미리 켜 놓아 봅니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안 마시니 더 열심히 음료수를
마시기도 합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 진료의 현장에서 제가 만나게 될 환자들을 미리 검토하고 차트를 꼼꼼히
살펴 환자분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길 준비합니다. 환자분들의 영상 검사 판독을 하며, 판독을 하는 저에게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셔서 저의 판독으로 환자분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게 되길 바라봅니다. 그렇게 작고 미미해 보이지만 적어도 내가 속한 그 곳엔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겨자씨의 생명력으로
하루하루 또 힘을 내봅니다.
직장 생활보다
어려운 것이 바로 육아입니다. 육아는 정말 제 의지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는 5살 아들 주안이가 있습니다. 주안이를 키우며 가장 마음이 아팠던 사고가 한번 있었는데, 주안이가
만 2살도 되지 않았던 2년 전 여름에 주안이가 식탁에 유아용
의자에서 떨어져서 이마가 크게 찢어졌던 일이 있었습니다. 상처를 봉합하는데 서른 바늘 정도를 꿰맸어야
했는데, 평소에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이며 온 마음을 다하여 보살핀다고 하였지만, 아이가 그렇게 다치는 것을 보며 육아와 아이의 안녕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구나를 많이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밖에도 아이를 키우며 내 능력 밖의 일들을 경험할 때면 또다시 나는 정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작은 존재이구나
느끼는 것이지요…
우리 세대의 부모님은
또 어떻습니까, 점점 나이가 들어 노년기로 접어드시는 우리 부모님들은,
더 이상 이제 내가 의지할 분이 아니라 내가 보살피고 모셔야 하는 분들 임을 느낍니다. 든든한
버팀목으로 늘 그 자리에 건강히 계실 줄만 알았던 부모님이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경험할 때, 전혀
다른 나의 부모님의 모습을 보게 되며 당황하고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자녀와
아내, 부모님을 모두 보살펴야 하는 가장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자씨의 작은 생명력으로 또다시 기도해 봅니다. 내 자녀를 위해서는 찬양 ‘요게벳의 노래’ 가사처럼, 주안이
‘너의 참 부모이신 하나님 그 손에 너의 삶을 맡긴다’ 간절히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자녀의 삶을 축복해 주시길 아내와 함께 간절히,
그리고 진심을 다해 기도해 봅니다. 부모님을 위해서도 가까이서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그
분들을 건강으로 지켜주시길, 안전을 지켜주시길 기도하며 하나님께 모든 걱정을 내려놓아 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요즘 사회와 환경은 어떤가요, 걱정투성이인 일들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일본의 오염수 방류, 지구 온난화, 이제는 여름 장마가 아니라 여름 우기, 가을 장마라는 말이 나온다고 합니다. 지구가 많이 아파 보입니다. 전쟁과 갈등, 분노 가득한 사회,
이 세상이야말로 내 힘으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기력함까지 느껴집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자녀들이 걱정이 안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세상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겨자씨같이 작지만, 어떠한 모습 또는 방법으로
다시금 세상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아직도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입니다.
나의 존재가 직장, 일터, 가정, 사회에서
겨자씨처럼 작고 미천한 존재인 것 같아 보이나, 오늘도 작디 작은 나의 존재에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이웃을 아끼고 돕고자 하는 마음을 갖고, 하나님 나라를
이루겠다는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두 손을 불끈 쥐고 또 힘을 내봅니다. 하루하루를 또 힘차게 살아봅니다. 큰 가지가 되어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때까지,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질 때가지, 힘을 내봅니다. 하나님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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