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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20241103 (김천수 집사)


생명샘(66+) 종려나무

김천수 집사


안녕하세요, 1남 선교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천수 집사입니다.


이른 아침 차갑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결코 싫지 않습니다. 찬바람을 맞으며 살아온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칠십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제게 따뜻한 봄날은 언제였을까 돌아봅니다. 제 또래의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도 질곡의 시간을 살아왔습니다. 그렇지만 그 힘든 시간들이 전혀 싫지 않습니다. 되돌아보면, 마치 긴 터널을 지나온 것처럼 아득하지만, 그 고된 시간들이 오늘의 저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떫은 놈일수록 가을 햇살 푸짐한 날에 단맛 그득 품을 수 있다. 떫은 놈일수록 벌레에 강하다.”<땡감>이란 시를 좋아한 이유입니다.


저는 전남 영광 염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자랐습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찾는다는 신념으로 늘 부지런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가정 형편도 약간 넉넉했습니다. 5남매가 모두 남들처럼 평범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던 어느 날, 큰 불행이 우리 집을 찾아왔습니다. 아버지께서 이웃의 보증을 서시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되었던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순간의 잘못된 결정이 평생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무작정 광주로 올라와 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지만 공부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독서실에서 청소와 관리를 하며 숙식과 학비를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한겨울 북풍한설을 이겨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습니다. 사촌 형에게 얻어온 옷을 세 겹씩 껴입었지만 난방이 안 되는 독서실 마룻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평할 수 없었습니다. 광주로 올라오신 어머니께서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젓갈 장사를 하셨는데, 동이에 젓갈을 이고 나가시면 며칠씩 타지에서 지내셨습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남의 집 헛간에서 주무신다는 것을 알았기에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머니는 아버지를 탓하지 않으셨습니다. “아버지 그늘로 사는 우리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보증을 서신 것이니 앞으로 너희가 잘 되면 항상 베풀며 살아라라는 말씀을 늘 하셨습니다.


힘겹게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당시 연봉이 가장 높다는 포항제철에 입사하게 되었지만, 근무는 순탄치 않았습니다. 당시 회사 내의 지역 차별이 심해서, 호남 출신에게는 기술을 익히거나 승진하기 어려운 자리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향우회 총무를 맡았다는 이유로 한직으로 밀려났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판단에 퇴사하여 서울로 올라가 현대제철에 입사했습니다. 생활이 안정되면서 결혼도 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을 처음으로 영접하게 된 건 군대에 있을 때였습니다. 군종 사병으로 매일 새벽 기도와 찬양을 인도하면서 하나님께서 제 삶에 들어오셨습니다. 힘들 때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라는 찬송을 부르면 마음이 안정되었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를 버티게 하는 것은 새벽기도의 힘이라고 확신합니다.


서울에서 생활하던 중 또 한 번 직장을 옮기게 되었고, 싱가포르로 파견되었습니다.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830분이었지만, 늘 하던 새벽기도를 드렸습니다. 새벽을 깨우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리며, 먼 이국에서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새벽기도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직장에 충실했던 것도 신앙인으로서 모범을 보이고자 한 각오와 고국에 두고 온 아내와 두 자녀 덕분이었습니다. 그 결과 계약 기간이 연장되었고, 원하는 만큼의 경제적 여유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의 새벽기도 습관은 아버지께 물려받은 좋은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 믿음 생활을 하신 건 아니지만, 이른 새벽에 삽을 들고 논으로 나가시는 모습을 보며 자란 덕분에 새벽은 저에게 낯설지 않습니다.


주일마다 감사헌금을 드리는 것은 어머니의 유산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에도 불평보다는 감사를 가르쳐 주셨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하나님의 축복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잘 견딜 수 있게 하신 것도 그렇고, 신앙이 좋은 아내를 만나 교회를 잘 섬기며, 아들과 딸이 있는 자리에서 인정받고 어려운 이웃을 보살필 수 있는 것도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무엇보다 새벽을 깨울 수 있는 건강과 감사를 생활화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댓글

  1. 토요일 오전 이글을 읽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믿음의 끊을 놓지 않고 살아오신 김천수집사님께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너무도 편안한 신앙생활에 젖어
    조금의 불편함만 있어도 인내하지 못하고 불평하고 신앙과 멀어지는 삶을 살아갑니다
    집사님의 삶을 통해 제 자신을 반성하고 돌아봅니다
    존경하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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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집사님께서는 임권사님을 잘 만나신 것 같아요.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그 고비를 잘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임권사님께서 곁에 계셨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새벽재단을 쌓고 감사를 생활화 할 수 있었던 것도 권사님의 내조 덕분이 아닐까요?
    늘 강건하셔서 젊었을 때 유보해두셨던 행복을 하나하나 꺼내서 줄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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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아주 감동이고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인지라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평생을 열심히 살아오셨고 더구나 믿음 안에서 일관된 삶이 존경스럽습니다
    나머지 삶도 더욱 주님의 은혜안에서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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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위로와 용기가 됩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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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그렇게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서 믿음생활을 시작하셔구만요.
    염산은 ㅡ외가가 옥실리미동 부락이라서 어려서부터 자주 다녔고 지금도 종종가는 친근감이 가는 지역 이기도 합니다
    나 좋은점들을 부모님으로부터 배우고 하나님의 은혜로 감사하시는 집사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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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참 땡감시도 검색해봅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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