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이야기 20210808
우리는 모두 이야기로 남는다
“산골짝의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엄마 엄마 이리와 요것 보셔요 병아리떼 뿅뿅뿅뿅 놀고 간 뒤에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 미나리 파란 싹이 돋아났어요.”
송이 송이 눈꽃 송이 하얀 꽃송이…
우리가 어릴 적에 많이 부르고 우리의 정서를 맑게 키워준
노래들입니다.
동요라고 했죠, 어린이
노래들..
이런 아름다운 노랫말로 아이들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 주신 분이 박재훈 목사님입니다. 평양 요한학교 졸업 후에 초등학교 교사를 하시면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모두 군가요 전쟁노래 밖에 없는 것을 보고 그 안타까운 마음으로 150곡에 가까운 동요를 만드셨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하면서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의
마음으로 드리는 노래도 박목사님의 작품입니다.
우리가 여름이면 온 교회에서 울려 퍼지는 여름성경학교
교가도 박목사님이 만드셨죠.
“흰 구름 뭉게 뭉게 피는 하늘에…”
그분의 작품은 찬송가에도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찬송들로는 하나님의 구원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르는 ‘어서 돌아오오’, 송년 예배가 되면
늘 부르게 되는 찬송가 301장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그 곡조가 참 좋아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찬송 ‘눈을
들어 하늘 보라’도 박 목사님이 지으신 찬송 중에 하나입니다.
박목사님을 처음 뵌 것은 캐나다에 유학을 간 첫해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친구 외할아버지 이셨죠. 감리교에서 목회하는 요즘 말로 찐친구 인데 그 친구의 외할아버지가 박목사님이셔서 유학 생활중에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손주 친구라고 따뜻하게 만나주셨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해 주셨습니다.
그 때도 80가까이
되셨는데 정정 하셔서 토론토 한인 합창단 지휘를 하셨고 연말이면 늘 헨델의 메시야 전곡 공연을 멋지게 해 주셔서 한인의 위상을 높여 주셨던 분이셨습니다.
그분에 대해서 이렇게 장황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지난 월요일
주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100세에서 하나 모자라는 99세의 나이로 편안하게 잠들듯이
주님 곁으로 가셨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참 귀한 분이기에 그분의 삶을 기억하면서 기도 드렸고 오늘
목회 이야기를 통해 그분의 이야기도 나누게 된 것 입니다.
그분은 돌아가셨지만 노래로 남고 신앙으로 남고 설교로
남고 이야기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분의 기억하는 이들의 이야기 속에 남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누군가
나를 기억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이야기로 남는다면 그 이야기에 사랑과 평화와
믿음이 함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 나눔의 자리에 있는 이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와 격려가 되고 아름다운 여운으로 남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1922년에 태어나 2021년 99세로
주님의 곁으로 가신 소중한 분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참 마음이 좋습니다.
박목사님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노래 부를 때마다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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