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이야기 20211205
스산한 바람이 부는 날!
오후의 벽에 부딪힌 햇살조각들이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어린시절 따뜻함을 찾아 학교 변소^^ 벽에 기대서 추위를 피했던 기억도 납니다.
이제 떨어져야 할 잎들은 낙엽이 되어 거의 다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안에 들어와 있던 가을도 방을 비워주고 나가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겨울이라는 싸늘한 친구가 재촉하는 성급한 말투에 꼬리를 내리고 성급히 떠날
채비를 합니다.
지난 수요일 드디어 눈이 내렸습니다.
큰 눈은 아니지만 ‘눈이다’ 할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교회 김장하느라 애쓴 분들을 위해 단팥빵을 사러 나가다
첫 눈을 만났습니다.
어찌 반가운지… 전화를
걸어 창 밖을 보시라, 눈이 내린다 살짝 요란을 떨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조금은 무딘 편입니다.
계절 감각도 그렇지만 늘 아이들에게 ‘아빠는 갑갑하다’고 말을 들을 만큼 조금 둔합니다. 안그런척 하려고 애를 쓰지만 본성이 그러니 어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제 태어난 본성이라지만 늦가을의 호젓함과 초겨울이
주는 허전함은 깊고 굵게 제 안으로 파고듭니다.
어느새 50줄의
마지막 고개를 넘어갑니다.
가을과 겨울 중간 쯤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교회 목양실 앞 풍암 시내가 바라보이는 곳에서 뒷짐을
하고 서 보았습니다.
문득 지나간 시간 속에 잊고 있었던 많은 세월들이 생각이
납니다.
지난 일년은 그냥 훌쩍 가버린 것 같습니다.
유행가 가사처럼 ‘속절없이’ 가버렸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흐름 속에
버티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런 가운데 말씀과 기도로 중심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던 날들이었습니다.
눈을 들어서 차가운 하늘도 보았습니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하늘 왜 하나님이 만드신 모든 것은
참 아름답기도 한데 왜 사람만은 그러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무는 나이가 먹어갈수록 더욱
그윽해져 가는데 사람의 인격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아직 떨어지지 않는 낙엽 몇개가 힘센 바람을 못 이기고
힘없이 떨어집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라’는 생각이 드니 전도서에 있는
몇 구절이 입 속에서 있습니다.
이러다 정말 해야할 내 인생의 숙제를 다 하지 못하고
가면 어떡하지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아빠로, 남편으로, 그리고 목사로, 그리스도인으로…
조금만 지나면 후회하고 말 여러가지 일들도 마음에 걸립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역시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심을 느낍니다’
이런 계절의 변화를 통해서 보잘것없는 우리에게 인생을
가르치시고 그 여정을 아름답게 인도해 주시니 말입니다.
공중 나는 새 한 마리,
길 옆에 피어 있는 들꽃 하나에서 거룩한 인생, 사랑받는 소중한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신
주님은 참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눈이 오니 겨울 일텐데,
아직 제 마음 한 귀퉁이엔 가을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바램 하나 가져봅니다.
추운 겨울을 맞이하기 전에 모두의 마음에 겨울을 이겨낼
만큼의 사랑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걱정도, 답답함도, 우울함도, 불안함도, 힘겨움도
다 이겨낼 수 있는 군불같은 따뜻함이 우리 안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2월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이 분주함으로 채워지지 않고 하나님과 깊이 있는 사귐으로 채워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여전히 어려울 새해를 거뜬히 맞이할 것 같습니다.
군고구마가 생각나는
김의신 목사
(사진: 김성식 장로)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