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목회 할 때 있었던 에피소드 입니다.
제가 살던 토론토 북쪽으로 5~6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현지인 목회를 하시던 한인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고향이 경상북도 청송이었는데 그 경상도 발음에 얹혀진 영어가 제법 토속적이어서 늘 우리에게 웃음을 주시던 분입니다.
초등 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캐나다로 이민 오셨고 늦은 나이에 신학을 공부하여 목사가 되신 분입니다.
그분의 목회 이야기는 늘 감동적이고 생각도 많이 하게 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어찌어찌 신학 공부와 목회 인턴쉽을 마치고 목회지를 찾는데 지금 목회하는 ‘와와(WAWA, 지명)’라는 시골에서 청빙을 받았답니다.
교회 리더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부족한 영어 실력을 말하니 그분들 말이 “우리가 영어는 잘 하니 목사님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사님의 성심껏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주시고 우리의 삶을 신앙적으로 도와 주시라” 하셨답니다.
그렇게 해서 목회를 시작하셨는데 그분의 영어 발음이 생각 한 것 이상으로 독특 하셨답니다.
예배를 마친 교인들이 영어로 들었는데 청송식 영어에 한마디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교회 리더들이 모여 회의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힘들겠다. 목사님의 설교를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그래서 하게 된 결정은 교인 중에 영어를 잘 가르칠 수 있는 두 사람을 뽑아 주말에 목사님의 설교 원고를 어법에 맞게 수정해주고, 발음 연습을 도와드려서 설교를 할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우리도 목사님의 영어에 익숙해져야 하니 설교 원고를 복사해서 예배 전에 교인들에게 나누어주고 설교 하는 동안 원고를 보면서 말씀을 듣자.
그 교회는 먼 나라 한국에서 와서 뒤늦게 신학공부를 마치고 서툰 영어로 설교하는 목사의 좋은 벗이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교회의 결정에 감동했답니다.
솔직히 조금은 걱정도 되셨답니다. 당신의 영어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부족하고 예배를 드리고 설교를 드릴 수 없으니 죄송하지만 이곳에서 목회하기는 어렵겠습니다. 이런 결정을 하지 않을까 해서요. 그러나 그들의 결정은 서로의 부족함을 도와 함께 교회를 섬기는 선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감동적인 말은 목사님이 그런 결정을 한 교회와 교인들이 고마워서 감사를 표하니 교회의 리더들이 한 말이었습니다.
‘우리는 교회가 할 수 있는 결정을 한 것이랍니다’
그 후로 목사님의 두명의 영어 선생님은 주말이면 늘 함께 만나 설교 준비를 하였고, 교인들은 목사님의 영어발음에 익숙해 지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2년 후…
영어선생님의 도움도 더 이상 필요 없고, 주일에 설교 원고를 복사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목사님의 영어실력도 좋아지셨지만 교인들이 청송식 영어의 구수한 맛을 알게 된 것이지요.목사님은 더 깊은 신앙의 우정을 가지고 10년 동안 그 교회에서 목회하신 후에 은퇴하셨습니다.
오늘 목회이야기 주제는 그 목사님이 우리 교회에 오셔서 하신 설교의 제목입니다.
“십자가를 지라는 데 말이 많은 이유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주제 입니다.
고난 주간입니다.
십자가는 우리의 힘으로 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의 은혜요 도우심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아니라 각각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말씀해 주신 것이죠.
거룩한 한 주간, 그리스도 예수님의 말씀과 삶을 내 안에 새기고 그 중심에 있는 십자가 곁에 머물러 보기를 권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갈 2:20앞)
십자가의 은혜와 구원의 기쁨이 여러분 가운데 임하시길 기원합니다.
수난절을 준비하면서
김 의 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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