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이야기 20240114
가평 입니다.
목회를 시작하면서부터 새해가 되면 기도주간을 가져왔습니다.
대림절로부터 새해 첫 주일까지 꽉 찬 일정 속에 긴장으로 지내온 시간을 넘어 조용히 한 해를 준비하는 시간의
필요함 때문입니다.
물론 가까운 곳에도 좋은 공간이 있지만 개인의 취향일까요 저는 가평에 있는 필그림 수양관을 좋아합니다. 약간의 흠이라면 오고 가는 길이 조금 멀다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아내와 함께 번갈아 운전 하면 긴 여정이지만 크게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랍니다.
숙소동과 집회동으로 둘로 나누어진 건물과 천로역정을 중심으로 한 순례 프로그램을 위한 영성 산책길이 있습니다. 제가 주로 겨울에 오다 보니 아침에는 조금 쌀쌀하고 점심 식사를 한 후에 천로역정 순례길을 따라 걷게 되면
신앙의 여정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좋은 묵상의 기회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이곳 수양관에서 제가 좋아하는 공간이 두 곳 입니다.
한 곳은 메디타치오(묵상 이라는 뜻)
작은 기도실 입니다.
일단 24시간 개방되어 있고 하루 세 번 정례 기도 시간 외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개인 기도를 드리기에 안성맞춤 입니다.
아침 잠이 별로 없는 저는 주로 아주 이른 시간에 그곳을 찾습니다.
거의 사람이 없을 때가 많아 홀로 기도 의자에 앉아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낮은 조명에 조용히 들리는 찬양의 흐름에 기도를 맡기면 정말 시간 가는지 모르게 주님 앞에 머무는 평안함을 누리게
됩니다.
한참 조용히 머문 후에 적어 놓은 기도 제목을 따라 하나 하나 기도 드립니다.
참 좋습니다.
주기도문의 한 절 한 절로 기도문을 열면서
이와 같은 기도의 삶을 살아낼 수 있기를 기도하며 주님의 도우심을 구합니다.
가정과 가족들, 교회와 교우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중보의 기도들을 드립니다.
하나님 앞에 드려진 기도는 결코 낭비됨이 없다는 오래전 들은 말씀에 확신을 갖고 마음 담아 주님께 드립니다.
늘 이곳에 있으면 … 우리 교회에도 이런 기도실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은 공간이라도 기도실을 마련하고 그저 그곳에 들어와 앉기만 해도 마음이 하나님 앞에 모아지는 소중한 곳이면
족할 것 같습니다. 기도하려고 하면 어디서든지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공간이 주는 의미가 있겠지요. 서로의 기도, 우리의 기도로
가득 채워진 공간, 그래서 그저 앉기만 해도 내 마음을 아시는 하나님을 깊이 경험하는 공간이면 좋겠지요.
제가 좋아하는 다른 하나의 공간은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 라는
뜻) 라는 작은 독서실 입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 몇 개와 사방을 둘러 잘 정돈된 책들이 있습니다.
아침 식사 후에 제가 주로 보내는 공간 입니다.
이 공간에 들어와서 이곳 저곳에 꽂혀 있는 책들을 빼어 들고 읽어 봅니다.
그 때마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뜻 밖에 만난 맛집처럼 좋은 내용들을 만나게 됩니다.
지금 이 목회 이야기를 쓰는 곳이 렉시오 디비나 독서 공간 입니다.
책상이 몇 개 없어 많은 이들이 함께 있지는 않지만 지금도 두 명 정도가 다른 책상에서 성경을 읽고 열심히 큐티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 수양관이 좋은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서로에게 그리 큰 관심을 갖지 않아서 좋습니다. 이런 저런 눈치 안 보고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목사인지? 묻지 않고 관심도 없습니다.
자신의 시간에 충실할 뿐입니다. 이곳이 주는 자유함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제와 그저께 데일리 브래드 아침 묵상 일기에 이곳 필그림 하우스에서 찍은 사진을 보냈습니다.
수요일에는 창문에 있는 글이었고, 목요일에는 메디타치오 기도실 사진
입니다.
오늘이 목요일 오후인데 내일 금요일 아침 사진은 무엇을 올릴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보는 풍경이나 천로역정 가는 길도 좋을 것 같고, 해가 질
때쯤 수양관에서 바깥을 바라본 담담한 풍경도 좋을 것 같습니다.
조금 후에 마음 가는 데로 찍어서 올려보겠습니다.
곧 뵙겠습니다.
가평의 기운과 수양관의 하늘 빛 온기를 가지고 내려가겠습니다.
주님의 은총이 여러분의 삶과 가정에 늘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필그림 수양관에서
김의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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