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가 입춘(2월 4일)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대문에 입춘을 맞이하는 글귀들을 붙였겠죠.
입춘대길 건양다경
(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길 기원한다)
엊그제 설날을 지냈고
설연휴 끝에 입춘을 맞았습니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는
않았지만 마침내
봄이 왔다고
알려주네요.
여기에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있습니다.
2월 4일이 입춘이니 우리 선조들은
겨울의 기운이
아직 생생한데서
입춘을 지내왔습니다.
겨울 한복판에서 겨울 추위의 틈을 비집고 나오는 다가올 봄을
느끼고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던 옛 사람들의
예지가 놀랍기만
합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농사를
지어야 하니
땅의 변화를
예민하게 살피게 되고, 그저 사는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미세한 변화를 알아본 덕일 것 입니다.
농가월령가 정월령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正月은 초봄이요 이른봄이라 立春 雨水의 절기로다
산중 골짜기에 흘러내리는 시내에
아직 눈은 남았으나,
교외의 널찍한 들판에
하늘 모양과
경치가 變하도다
산에는 눈과 얼음이
채 녹지
않았지만 들판에는
이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냥 짐작으로 그러려니
하는 것이
아니라, 땅을 세심히 살핀 농부들의 눈에 들판의 색깔이
하루하루 변하는
것을 느끼는
것이지요. 이때부터 부지런한
농부들은 한
해 농사를
준비하게 됩니다. 풍년이 될지 흉년이
될지는 하늘에 달린 일이라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는
근원적인 믿음이
있습니다. 사람이 할
도리를 지극
정성으로 감당하면
하늘도 응하시리라는
믿음이 그것 이겠지요.
코로나, 델타, 오미크론…
지난 2년이 20년같이 느껴지는 긴 터널 속에서 우리의 일상은 변하고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언제나 끝나지… 하는 간절함과 안타까움으로 보낸 시간들이 우리를 지치게 할만도 한데 어떤 상황에서 뛰어난 적응력의 선물을 주신 하나님 덕분에 잘 살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봄’을 맞아 우리의 믿음의 기지개를 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끝나기만을 기다리기 보다 겨울 한복판에서 냉혹한 추위의 틈새를 비집고 ‘봄’이 오는 것과 같이 우리의 믿음 생활을 회복하고 내 삶의 자리에 어려운 시간을 통해 담금질된 영근 신앙의 자리를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세가지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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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숨 & 우리의 기도’ 가 참 좋습니다. 여러분의 삶의 자리에 ‘신실한 공간’을 만들어 하늘의 숨을 쉬고 기도로 주님과 사귀는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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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하루 예배당 기도의 시간을 마련해보십시오.
l 일주일 중 하루 ‘나의 새벽’을 정하고 그 날만은 새벽에 예배당에 나와 기도하기 바랍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교회 공동체와 이웃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하나님께 구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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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예배로 회복하는 길을 마련하십시오. 괜찮은 길도 사람이 얼마 동안 다니지 않으면 잡초 무성하고 제 길조차 보이지 않게 됩니다. 요즘 대면예배가 그렇습니다. 한동안 비대면으로 드리다보니 다시 예배당에 나오는 일이 어색하고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그 익숙함을 벗어나서 정성을 다해 영과 진리로 예배할 수 있도록 예배당에 나오도록 노력하기 바랍니다. 우리가 아는 바지만 예배를 드리는 공간은 그 어느 곳보다도 안전한 공간입니다.
봄 입니다.
꽃이 홀로 핀다하여 봄이라 하지 않지요, 다 함께 피어야 봄입니다.
그러나 그 봄기운은 꽃 한송이, 언 땅에서 돋아나는 새싹, 나무 가지에 고개를 내민 새순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봄기운이 돕니다.
이제 하나님의 따뜻한 은총 안에서 믿음의 기지개를 펴고 다 함께 봄을 맞이하는 축제의 기쁨이 우리 안에 차오르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삶에 봄과 함께 불어오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시길 빕니다.
입 춘 소 회
김의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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