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이나 취소가 되었습니다.
작년에 한번, 올해 초에 한번…
일년이면 한 두 차례 정도 수양관을 찾습니다. 제가 잘 가는 곳은 가평에 있는 필그림 수양관입니다. 워낙 먼 거리에 있어 하루 이틀 시간이라면 엄두가 나지 않지만 한주간 기도 주간을 갖게 되면 용기^^를 내서 가평까지 올라가 봅니다.
2009년 처음 다녀온 후로 그곳이 저희에게는 한 주간 기도주간을 보내기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개인 숙소를 주니 다른 이들 눈치 안 봐서 좋고, 좋은 책들이 많이 있는 독서실이 있어 차분하게 읽고 싶었던 책들을 읽을 수 있어 좋고, 통성으로 기도하는 기도실과 조용히 묵상으로 기도하는 기도실이 따로 있어서 자기 취향에 따라 그리고 마음에 따라 공간을 이용하면 좋고, 존 번연의 천로역정 길을 묵상코스로 만들어 조용히 걸으며 신앙의 순례를 깊게 생각하고 새겨볼 수 있는 두 곳의 산책 코스가 있어 하루 두세 번 정도 묵은 길, 새 길 번갈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은 곳 입니다. 간단하게 준비되는 세끼 식사 뿐 아니라 식사 시간은 침묵으로 되어 있어 그 나름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곳에서 지내는 비용도 그리 과하지 않고 특별히 목사에게 주는 20% 할인 혜택은 미안하면서도 좋습니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만들어 두 번이나 신청을 하고 등록비까지 다 지불하였는데 코로나로 인해 두 번 다 환불처리 된 것입니다.
그런데 뜻 밖에 기도 주간을 가졌습니다.
하나님의 생각지도 못한 사랑은 이렇게 해서라도 기도하라 배려를 해 주셨습니다.
지난 주간 몸이 안좋아 자가 검사를 해보니 음성, 그저 몸살 감기 인줄로 알고 이삼일 끙끙 앓고 조금 괜찮아져서 출근 전 해본 코로나 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것입니다.
몸은 활동할 만한데 자가 격리 입니다.
해야 할 일이 이만큼 저만큼… 그런데 할 수 없습니다.
사순절 시작인 ‘재의 수요일’ 예배도 주일 예배도 주일 오후 약속된 광주제일교회 세미나도 제가 할 수 있는 일 밖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주간 계획된 모든 일을 다 내려놓고 계획하지 않은 시간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간 곳이 ‘마음으로 간 가평, 필그림 수양관’ 입니다.
그렇게 기도주간을 가져봅니다.
작은 서재가 차분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실이 되고, 책상에서 내려오니 조용히 드리는 기도 공간이 됩니다.
나갈 수 없으니 담백하게 차려진 식사는 필그림 식탁 이상이었고, 번거로운 생각들을 내려놓고 조용하게 시간을 가져보니 그 이상 없습니다.
필그림 수양관에서는 할 수 없는 좋은 영화도 이 기회에 보았고 이른 저녁 후에 저녁 6시에는 좋아하는 FM 라디오 음악 방송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준 휴가였고, 코로나가 준 유익한 시간 이었습니다.
다만 산책을 할 수 없어 약간 확찐자가 된 것 같은 둔함이 몸에 남아 있지만 별 문제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교회 일도 담임목사가 없으면 큰 일이겠다 싶었는데 저의 존재감을 못 느낄 정도의 평안함(?)이 있었습니다.
‘넘어진 김에 쉬었다’ 가라는 말이 있나요?
좋은 ‘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쉼-숨-섬’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왜 없을까요.
그런데 예전 영성가의 말처럼 ‘왜’라 묻는 것으로 시간을 채우기 보다 ‘무엇’을 할까로 선하게 사용하라는 말을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예기치 않은 일들, 생각하지 않은 결과들, 당황스러운 상황들…
낯선 상황 속에 빛처럼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과 지혜가 우리의 삶을 더욱 복되게 가꾸어가길 기도해봅니다.
시 한편 나눕니다.
도종환 시인의 ‘다시 떠나는 날’ 입니다.
다시 떠나는 날 / 도종환
깊은 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는 꽃처럼
길 떠나면 산맥 앞에서도 날갯짓 멈추지 않는 새들처럼
그대 절망케 한 것들을 두려워 하지만은 않기로
꼼짝 않는 저 절벽에 강한 웃음 하나 던져두기로
산맥 앞에서도 바람 앞에서도 끝내 멈추지 않기로…
코로나 조심하세요~~
경험자 김의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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