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설교를 시작하면서 함민복 시인의 시 ‘반성’을 소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 좋다 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소개하면…
반성
늘
강아지 만지고
손을 씻었다
내일부터는
손을 씻고
강아지를 만져야지
그분이 지은 또 하나의 좋은 시를 소개합니다.
사과를 먹으며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 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마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 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이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 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저는 이 시를 읽으며 말씀 묵상의 방식과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과를 먹듯이 꼼꼼하고 깊이 있게 그리고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읽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온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이 그 말씀 안에 계시고
이 세상을 구원하시고 온 생명 주신 예수 그리스도 그 안에 계시며
우리의 삶을 늘 바라보고 살피시며 힘이 되어 주시고 도움이 되시는 성령님이 그 말씀 안에 계시니 깊이 촘촘히 그리고 우주의 기운을 모아 읽고 묵상하며 내 안에서 살아 역사 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기쁨과 감격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이번 주말 ‘렉시오 디비나’로 가정교회 목자 피정을 떠납니다.
이런 훈련을 해보려 합니다.
말씀과의 만남을 통해 하나님과 나의 전 존재가 하나가 되는 거룩한 조우의 기쁨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3월부터는 온 교우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일 피정 ‘렉시오 디비나’가 월 1회씩 열리게 됩니다.
가정교회가 함께 참여할 수 있고, 개인이 또는 가까운 교우들과 함께 일정을 맞춰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만남을 기대하고 기도하면서 기다리겠습니다.
주의 말씀이 좋습니다.
우리를 빛나게 하고 길을 찾게 됩니다.
다일교회 목자 김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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