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도초에 다녀왔습니다.
김대중 대교를 건너고 천사 대교를 건너 암태 남강여객터미날에 도착하였고 그곳에서 30여분 정도 뱃길 넘어 비금, 도초 예쁜 이름을 가진 섬들이 있었습니다.
두 섬 사이에 다리가 놓여 있어 한 섬 처럼 느껴졌지만 여전히 두 마을이랍니다.
오래전 함께 사역하던 김완수 목사님이 목회하는 도초중앙교회에서 교우들과 함께 ‘복’과 ‘봄’ 두 주제를 가지고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처음 가본 섬,
김목사님 내외와 함께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죠.
지난 주일 도초에 간다는 광고를 듣고 교우들이 꼭 가볼 만한 곳이라 한 곳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녀보았습니다.
제 철이 아닌 수국 공원, 꽃을 준비하는 뭉툭한 줄기들 만으로도 좋았습니다.
강둑에 심겨진 팽나무 길… 겨울 추위를 타느라 움추리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청춘 남녀들이 꼭 찾는다는 하트 해변은 그 모양이 참 신기했습니다. 그 앞에 쓰여진 글이 한층 멋을 돋구었는데…
‘바다에게 물었습니다. 네 마음을 보여줘.
그 대답이 하트(사랑)의 해변이었답니다’
그리고 꼭 가봐야 한다고 해서 다녀온 자산어보 촬영지…
가보니 왜 꼭 다녀오라 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멋진 곳입니다.
정약용의 형님 정약전의 기운과 기개, 귀양살이 중에도 끊임 없이 공부하고 그 공부의 열매를 남겨놓은 좋은 분의 기운을 느껴 보았습니다.
수국 공원 오르는 길에 향나무가 양 옆으로 심어져 있었고 오르막에 오르니 동백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여수 오동도에서도 본 것 같은데 초록 잎 끝에 빨갛게 피어 있는 겨울 동백은 참 멋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느낀 것, 은은한 향이 있었습니다.
아! 동백꽃에도 향이 있네요… 함께 간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꽃 가까이 가보니 코 끝에 향이 들어옵니다. 아주 센 향이 아닌 참 좋은 향 입니다.
언젠가 읽어본 이해인 수녀의 시가 생각이 났습니다.
제목은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그냥
눈으로 읽기
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
들려질 수
있게
목소리를 가다듬어 분위기 잡고
한번
낭송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이 해 인
어느 땐 바로 가까이 피어 있는 꽃들도
그냥 지나칠 때가 많은데,
이 쪽에서 먼저 눈길을 주지 않으면
꽃들은 자주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곤 합니다.
좋은 냄새든, 역겨운 냄새든 사람들도
그 인품만큼의 향기를 풍깁니다.
많은 말이나 요란한 소리없이 고요한 향기로
먼저 말을 건네오는 꽃처럼 살 수 있다면,
이웃에게도 무거운 짐이 아닌
가벼운 향기를 전하며 한 세상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꽃도 사람도 저마다 향기를
갖습니다.
사람에게도 향이 있겠지요.
겉 향이 있고 속 향도 있겠지요.
눈빛과 얼굴, 말씨와 걸음걸이, 마음과 영혼에서 풍겨
나오는 내면(內面)의 향기…
예수님에게서는 어떤 향기가 났을까요?
그분의 겉 향은 치열했을 것 같습니다.
아마
거친
광야바람에 찌
들린
모래냄새와
갈릴리 호숫가 어부들에게서나 맡을
수
있는
비릿한 생선
냄새,
항상
예수님의 주변에 있었던 병자들의 병에
찌든
냄새나 피고름 냄새까지 배여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한
여인은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좋은
향기를 드리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주님에게서 나는
속 향은 사랑이 익어가는 생명의 고마운 향이겠지요.
동백꽃처럼 좋은 향이 나면 좋겠습니다.
김의신 목사
*사진: 자산어보 촬영지에서 김완수 목사 부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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