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황무지 그곳에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드신,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지구별이 타들어가듯 뜨거웠던 7월 중순, ‘몽골 은총의 숲 생태기행’을 함께 한 참석자들은 은총의 숲에 도착하여, 그렇게 고백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몽골 은총의 숲은 하나님의 현존을 발견하는 현장, 바로 그것이었다.
# 광야에 피는 화초와 숲의 현장
<사막으로 바뀌고 있는 현장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은총의 숲까지는 먼 길이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1시간여를 달렸지만 도로 좌우에는 숲도 나무는 기대할 수 없는 대평원만 이어질 뿐이었다. 평원의 지루함에 지칠 즈음, 아직 수 킬로미터를 더 가야하는 거리를 두고, 멀리서 아스라이 잡힐 듯 보이는 숲이 가슴으로 먼저 다가왔다. 평원 한가운데 울퉁불퉁 선 초록의 숲이 문득 나타난 것이다.
은총의 숲과의 첫 만남. 성인의 키를 훌쩍 넘어 자라준 나무들에, 이곳에서 열매를 맺는 몇 안 되는 나무라는 비타민나무 열매의 그 고운 빛깔에, 어디서 날아왔는지 여러 마리의 새소리들에, 우리는 놀라고 또 놀랐다.
감사예배 시간, 예배로의 부름 “내가 광야에는 백향목과 아카시아와 화석류와 들올리브 나무를 심고, 사막에는 잣나무와 소나무와 회양목을 함께 심겠다.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주님께서 이 일을 몸소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이사야서 41:19,20)”에서 들려온 하늘의 목소리가 선명했다.
첫 찬송,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 어둡던 이 땅이…” 인간의 화답이었을 이 찬송은 목이 메여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곧 우렁찬 목소리는 숲을 울리며 광야를 질러 나갔다. “보아라 광야에 화초가 피고, 말랐던 시냇물 흘러오네.”
예배를 마치고 숲 가꾸기 활동에 이어 우리 땅에서 가져간 야생의 꽃씨를 파종하였다. 몽골의 숲과 우리 땅의 꽃들이 어우러져 다음 방문 즈음엔 ‘화려하고도 풍성한 화음’의 광경을 볼 수 있으리라. 숲은 그렇게 하나님과 대화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듯했다.
지난 7월17일부터 1주일간 있었던 생태기행은 은총의 숲 조성, 1차성과를 점검하는 뜻도 함께 있었다. 숲을 기획하고 기도해왔던 김정욱 교회환경연구소 소장님, 양재성 기환연 상임대표님을 비롯해 숲 조성에 크게 기여하고 힘을 모은 분들이 함께 하였기에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은총의 숲 다음의 단계로 몽골 현지인들을 위한 교육센터가 완공되면 이들에 의해 숲은 더욱 다양한 이름으로 몽골 곳곳에 확산될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선교사로 씨 부려진 한국교회가 제힘으로 우뚝 선 것처럼, ‘은총의 숲’이라는 작은 씨가 이제 몽골에 희망과 미래를 심어나갈 것이라는 기대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사막이 '은총의 숲'으로 바뀐 현장을 돌아보는 참석자들>
# 깊은 연대와 우의의 시간, 그리고 남은 일
생태기행 기간 내내 참가자들은 지구별의 기후변화와, 생태적 삶, 생태영성에 대한 세미나, 토론, 또는 몽골 전통 거주시설 게르에서의 잠을 잊은 이야기로 참석자들은 깊은 연대와 우의를 느끼고 감격했다.
실제로 우리는 가는 곳마다, 보이는 모든 것에서 잊지 못할 새로운 상황을 맞닥뜨렸다. 첫날 숙소 태를지에서의 야생화와 야생풀밭의 아름다움, 두 번째 숙소 후스타이 사막화 현장의 충격. 그 둘은 나란히 사막화로 가는 몇 걸음 전의 다른 모습이었다.
밤마다 수시로 만났던 한밤의 소나기와 청둥 번개, 그리고 다음날 수분을 모두 말려버린 채 말끔하게 갠 하늘조차 아름다운 구름과의 조화로만 볼 수는 없었다. 그것은 생태위기를 자초한 이 땅 모든 인간들의 범죄 현장으로 읽히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내내 ‘하나님의 손길’을 먼저 찾았다. 가장 심각한 위기와 심판의 한 가운데서 희망을 보는 것이 ‘희망의 영성’이라면, 이번에 우리는 은총의 숲을 가꾸신 하나님이 들려주시는 ‘희망’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가장 생생하게 듣고 온 것이리라.
그리고, 삶의 자리로 돌아온 우리는 이제 다시, 그 음성에 어떻게 제대로 화답할 것인가 하는 ‘무거운 숙제’도 함께 안게 되었다.
강호천(광주다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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