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푸른나무 김나리 집사입니다. 이번 주에도 제가 다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올해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육아휴직을 6개월 신청하여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첫 아이를 출산하고, 이듬해 연년생 둘째가 태어난 후 정신없이 아이들을 돌보던 이전의 육아휴직과는 달리, 이번 휴직은 저에게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주변에서는 "잘 쉬고 있어?" "집에서 쉬니까 편하지?"라고 묻지만, 사실 그 질문에 쉽게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쉬지 않거든요.
아침에 눈을 뜨면 새벽 수영을 하고, 데일리 브레드로 말씀을 묵상합니다. 기상한 아이들과 정신없이 등교 준비를 마치고, 겨우 등교를 시키고 나면 소파에 앉아 잠시 한숨을 돌리려 하지만, 어지러진 집안과 아이들이 읽다 말고 뒹구는 책들, 아침을 먹고 난 후 쌓인 그릇들이 눈에 들어와 쉴 수가 없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쌓인 세탁물과 개켜야 할 빨래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집안을 말끔하게 치우고 나면, 아이들이 읽을 책들을 빌리러 인근 공공도서관 4~5곳을 돕니다. (물론 매일은 아니지만)
그리고는 휴직이 아니었더라면 결코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마주합니다. 도서관 주차장에는 여유롭게도 자리가 많고, 주말엔 시끌벅적하게 책을 읽어주던 부모들의 자리도 한가로이 비어 있습니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집에서 싸 온 얼음 가득한 텀블러에 담긴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넘기며, 좋아하는 소설책을 여유롭게 읽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하교할 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큰 포대자루 같은 쇼핑백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과 읽히고 싶은 책들을 가득 담아, "연장도 해주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고 대출을 합니다. 어쩌다 운이 좋으면 두 배 대출의 날엔 40권을 빌려오기도 합니다. 자동차 뒷자리에 책을 가득 싣고 돌아오면, 아이들이 "우와~ 엄마, 이 책 어떻게 빌렸어?", "엄마, 이 책 너무 재밌다. 다음 번에 다음 권도 빌려와 줘."라는 말을 들으면 모든 수고가 씻겨 내려갑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손이 덜 가는 것은 편하지만, 많이 아쉽기도 합니다. 어릴 때 직접 닦아주던 잇솔질도, 목욕도, 로션을 발라주고 옷을 입혀주는 것도 이제 아이들 스스로 하는 것이 참 기특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삶 속에서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에 아쉬움도 느낍니다. 어른들의 "크는 게 아쉬워. 지금이 제일 좋을 때야."라는 말을 여실히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한 템포 쉬며 아이들의 커가는 모습을 곁에서 매 순간 지켜볼 수 있는 이 시간이 저에게 매우 감사한 하루하루입니다.
어릴 적 봤던 만화 '빨강머리 앤'에서 앤은 이런 말을 합니다.
"아! 이렇게 좋은 날이 또 있을까. 이런 날에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니? 이런 날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아직 태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불쌍해. 물론 그 사람들에게도 좋은 날이 닥쳐오긴 하겠지만. 그렇지만 오늘이라는 이날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거니까 말이야.“
최근 인상 깊게 읽었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메리골드 마음 사진관'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메리골드라는 아름다운 동네에, 마음 속 상처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세탁소와 사진관에 대한 이야기죠. 인생의 깨달음을 담고 있으며, 한 문장 한 문장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 소설을 꼭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이 소설 속 한 구절을 소개합니다.
"하루를 즐겁게 만드는 마법을 알려줄까? 아침에 눈을 뜨며 오늘은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 진짜 좋은 일이 생긴단다. 자주 웃으면서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
매일 아침 아이들을 배웅하며, "오늘도 빛이 나는 하루가 될 거야. 너의 하루를 온전히 누리렴. 엄마가 응원하고 사랑해."라고 인사하는 오늘이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다일의 성도님들의 살아있는 이 하루가, 오늘이 안녕하시기를 마음 다해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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