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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20241124 (강창원 집사)



 안녕하세요. 저는 옹달샘(30+) 로뎀나무 강창원 집사입니다.

 

저희 집은 저녁 9시 되면 서걱서걱, 연필 소리가 집안에 조용히 퍼지기 시작합니다.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입을 약간 오므리는, 집중할 때 보이는 아이의 표정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함께 일기를 씁니다. 아이와 제가 함께 일기 쓰기로 약속한 지 8개월가량, 처음엔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저희 집의 한 루틴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큰아이의 글쓰기 힘도 길러 줄 겸, 아이와 함께 일기를 써보면 어떻겠느냐는 기특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아이가 아빠의 제안을 수락할까 반신반의하며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제안했는데, 아이는 흔쾌히 좋다고 대답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렇게 각자의 노트와 필기구를 챙겨 식탁에 앉아 꽤 진지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런 저와 딸의 모습을 보며 아내가 비웃는 눈치를 보입니다. ‘거 얼마나 가겠어.’ 이런 눈빛. 저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아내의 놀라운 스킬에 넘어가 6월까지 꾸준히 잘 쓰면 원하는 장난감 하나, 연말까지 잘 쓰면 일본에 새로 생긴 해리포터 놀이동산 데려가기라는 어마어마한 공약을 걸고 말았습니다.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하루 이틀의 놀이처럼 생각한 일기에 대하여 갑자기 전투적인 자세로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 눈에 보입니다. 제가 생각한 그림과 좀 달라지고 있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습니다.


그날 이후로 아이와 저는 함께 일기를 쓰고 서로의 글을 보여 줍니다. "오늘 일어나서 뭐 했다, 뭐 했다. 참 즐거웠다" 읽지 않아도 무슨 내용을 썼는지 줄줄 말할 수 있을 내용이지만, 아이와 한 공간에서 같은 추억을 쌓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뒤 하루를 마무리하고 자려고 누웠을 때, "아빠, 우리 일기 안 썼다" 하면서 먼저 일어나는 것도, 저보다 더 성실히 일기를 쓰는 것도 딸 입니다. 시간이 지나자 단순하게 일과를 나열하던 아이의 일기는 조금씩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는 글로 바뀌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발표를 한 뒤 칭찬받은 기쁨을, 콩쿠르 준비하며 힘들었지만 다 해내고 나니 스스로가 대견했던 감정을, 오늘은 평범한 하루라고 시작했다가 일기 끄트머리에는 이렇게 쓰고 보니 좋은 일상이었다며 하루를 재해석하는 소박한 글 속에 담긴 아이의 마음을 읽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며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확장해 나가는 아이의 글을 읽을 때마다 매번 감동을 받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아내와 약속한 것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아이와 한 약속은 꼭 지키기입니다. 아무리 늦은 시간이어도 아이와 약속한 일이 있다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섰고,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으면 아이는 잊었어도 아까 약속한 아이스크림이야. 로은이가 잊었어도 엄마 아빠는 잊어버리지 않았어.'라고 말하며 아이에게 건넸습니다. 사소한 말이라도 아이와 약속한 것을 지키는 한 번 두 번의 일들이 말의 무게와 삶의 성실함을 세워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힘을 발하는 거였을까요? 뛰어나게 잘하는 것이 있거나, 공부 머리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아이는 아니지만, 이번 일을 통해 스스로에게 한 번 약속한 것은 끝까지 지키는 아이임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아이가 수학 백 점을 맞아오는 일보다 저에겐 더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까요? 자녀가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더 기쁜 마음, 뛰어난 결과물보다 매 순간 성실히 살아가는 아이의 모습에 더 큰 기쁨을 얻습니다. 그런 아이를 보며 저도 하나님 아버지께 그런 아들이 되고자 더욱 노력해야겠다 생각하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냉소적이었던 아내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연말에 일기 쓰는 둘만 여행을 가겠다고 슬쩍 흘렸더니, 부녀가 저녁마다 평화롭게 일기를 쓰는 모습에 매일이 감동이었다며 온갖 추켜세우는 말로 저의 환심을 사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아빠는 일기 쓰기 공약은 어떻게 지켰을까요? 여러 사정으로 도쿄가 아닌 대만으로 온 가족이 즐겁게 다녀왔습니다. 저희 가족은 여행 중간 중간 성실히 약속을 지킨 딸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시로 건넸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아이의 얼굴에 살며시 피어올랐던 미소는 올 한해 제가 받은 가장 큰 열매입니다. 앞으로도 아이에게 신실하신 하나님을, 모든 약속에 미쁘신 하나님을 아이의 삶에 가르치고 심어주자고 다짐합니다. 그런 믿음과 삶의 태도가 앞으로 아이를 분명히 선하고 바른 길로 이끌어 주리라 믿습니다.

 

긴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일교회 성도님들에게 평안의 인사를 전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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