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시간에 읽은 글입니다.
신경림 작가가 쓴 글 중에 ‘소요유’라는 짧은 글인데 성경의 잠언을 읽는 듯 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조용한 마음으로 읽어 보시죠.
소요유(逍遙遊)
신경림
전파상 옆에는 국숫집이 있고 통닭집이 있고
옷 가게를 지나면 약방이 나오고 청과물상이 나온다.
내가 십 년을 넘게 오간 장골목이다.
그런데도,
이상한 일이다, 매일처럼 새로운 볼거리가 나타나니
십 년 전에 보지 못하던 것을 이제야 보고
한 달 전에 안 보이던 것이 오늘에사 보인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달려가서,
더러는
옛날 떠돌던 시골 소읍과 장거리를 서성이기도 한다.
밝은 눈으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흐려진 눈으로 새롭게 찾아내고
젊어서 듣고 만지지 못했던 것들을
어두워진 귀와 둔하고 탁해진 손으로
듣고 만지고,
다시 보는 즐거움에 빠져서.
밝은 눈과 젊은 귀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흐린 눈과 늙은 귀에 비로소 들어온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그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올 것을 나는 안다.
나는 섭섭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날이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기를 끝내는 날이 될지라도.
어느 구절이 여러분의 눈길을 머물게 했나요?
저에게는 중간 부분입니다.
“밝은 눈으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흐려진 눈으로 새롭게 찾아내고
젊어서 듣고 만지지 못했던 것들을
어두워진 귀와 둔하고 탁해진 손으로
듣고 만지고”
잠언과 같다고 말씀드린 의미를 아실 듯 합니다.
잠깐 동안 강제적으로(?) 일을 멈추고 있는 그 시간에
그동안 잘 열어보지 않는 서랍 한 구석에 넣어두었던 생각들이 열렸습니다.
책이나 글이나 하다못해 유투브 동영상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들…
정리하지 않아도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구름같은 생각들 입니다.
소요유는 장자에 나오는 단어라 합니다.
‘소요유(逍遙遊)’의 ‘소(逍)’자는 소풍 간다는 뜻이고, ‘요(遙)’자는
멀리 간다는 뜻이고,유(遊)자는 노닌다는 뜻이랍니다.
즉, ‘소요유’는 ‘멀리 소풍 가서 노는 이야기 이지요.
장자는 ‘소요유(逍遙遊)’라는 단어로 인생을 이야기 하며 소풍 하듯이 얽매이지 말고 자유함으로 인생을 누리라 하네요.
예수님이 그러셨지요.
진리를 알며 그 진리가 너희를 자유 하게 하리라.
내가 곧 길이 되고 진리가 되고 생명이라.
예수님 생각 많이 하면 그분의 삶의 기운이 우리 안에 파고 들어 우리의 인생을 참 진리의 바다에 배를
띄우고 때로는 멋지고 때로는 거친 그 바다를 즐겁게 항해하게 할 것입니다.
낯선 시간에 새로운 것을 보게 됩니다.
김의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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