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설교 준비를 하면서 한 두 편의 좋은 시를 읽습니다.
가끔 설교 중에 살짝 소개 하는 ‘시’들이나 ‘시편 같은 기도문’들은 그렇게 만난 시들 입니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시를 읽는 까닭은 시를 통해 제 마음이 먼저 넉넉해 지는 것 같아서요, 또 하나 실제적인 이유는 설교가 장황해지고 군더더기가 붙는 것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자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물론 설교는 산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설교원고에 토씨 하나까지라도 다 적어야 마음이 놓이는 편입니다.
그러고도 못 미더워 여러 차례 읽고 또 읽어 마음에 담아 만약의 사태에 준비 합니다.
그래도 제 마음에는 ‘설교는 산문보다는 시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늘 있습니다.
애쓰면 애쓸수록 빈틈이 많아지고 한참 놀다 던져둔 진흙덩이처럼 굳어지는 저의 설교에 성령께서 들어오실 여백을 드리고, 회중의 마음결이 자리잡을 여유를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여백이 많고
여유롭고 풍성하여
사유의 폭을 넓혀
인생을 깊고 넓게 해줍니다
.
이번 주일 말씀과 함께 주어진 시는 시편 23편 입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이 한마디면 됩니다.
굳지 마지막 절까지 읽지 않아도 그분이 나의 목자가 되어 주신다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또 하나의 시를 소개합니다.
이현주 목사님의 시입니다.
동화 작가답게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 돋보이는 맑은 시입니다.
그리고
이 시를 읽고 있으니 하나님을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믿음을 가진 이들의 삶이 더욱 귀하게 느껴집니다.
참된
은총
주님, 제가 진정한 기적 속에 살면서
수상한 기적을 보려고 했습니다.
두 발로 땅을 걷는 참된 은총 가운데 살면서
물 위로 걷기를 꿈꾸었어요.
밤중에 깨어나지 않고 잠자는 것,
사랑하는 사람 신음소리 듣지 않고 밥 먹는 것,
아픈 다리로 절름거리지 않고 산책하는 것,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 없이 두 팔 벌려 아이들 껴안는 것,
새벽에 성경을 읽으면서 밝아오는 아침을 맞이하는 것,
아내가 운전하는 차로 사람들 만나러 가는 것,
숨 한번 들이쉬고 내쉬는 것,
이 모두가 고맙고 놀라운 기적이요
값없이 주시는 은총이었음을 이제 겨우 짐작합니다.
예, 주님,
제가 그랬네요.
나귀 등에 앉아 나귀를 찾았습니다.
당신 품에 안겨 당신 품을 그리워했어요.
세상에 이런 바보가 또 있을까요?
주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생각해보니 ‘봄’이 기적입니다.
겨울 냉 추위에 죽은 것 같았던 모든 만물이 살아납니다.
하나님의 따뜻한 은총의 숨길로 제 숨을 쉬며 기지개를 펴네요.
멀리 광양의 매화꽃이 아니어도
구례의 산수유가 아니어도
곧 있으면 자기 존재를 드러낼 벚꽃이 아니어도
교회 물댄동산에 가꿔진 작은 정원에 제 모습 드러낸 노란 프리지아와 이름 모를 보라색 꽃만 보아도 우리의 마음에 주님의 은총 가득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생명의 기운 담은 봄이 우리 마음과 삶으로 찾아왔습니다.
주님, 고맙습니다.
어떻게 우리의 마음이 외롭고 힘든 줄 알고 포근한 위로를 주시는지요.
고마울 따름입니다.
모든 것이 다 고마운
김의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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